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当年万里觅封侯 ∣ 진강판

서장_쐐기(楔子)

by li_in 2020. 6. 1.

 

 

 검안왕부(黔安王府) 밖의 대로에는 앞뒤로 열 몇 대의 마차가 기다리고 있었고, 종복들은 모퉁이에서 문으로 들락날락하면서 바쁘게 짐을 들어 수레에 실었다.

 

 길 건너 주점에서 몇 사람이 머리를 내밀고 기웃거리며 수군거렸다.

 

 “어인 일이지? 왕야 댁에서 무얼 하는 거야?”

 

 “석 달만 더 있으면 만수절[각주:1]이니, 왕야 댁의 주인 몇 분이 상경하여 생신을 축하하러 간다 들었소.”

 

 “그럼 다시 돌아오지 않는 건가?”

 

 “허튼소리! 생신을 축하하고 나서 돌아오지 않으면 뭐하겠어?!”

 

 “만수절이 해마다 있는데 어째서 올해는 간다는 거지?”

 

 “그걸 내가 어찌 아나!”

 

 “일하러나 가!”

 주점의 주인은 두 사람의 머리 위에서 손뼉을 한 번씩 쳐서 사람을 몰아내고, 웃으면서 손수 손님에게 차를 따랐다.

 “대접이 변변치 못합니다.”

 

 “괜찮습니다.”

 손님은 외지 사람이라 들려오는 것을 물었다.

 “왕야 댁에 여러 명의 주인이 있습니까? 내가 이전에 어떻게 듣기로는 검안왕이 올해 열 몇 살에 불과하다고 하던데, 알고 보니 벌써 장가를 들었습니까?”

 

 “아니요.”

 주인은 웃으며 말했다.

 “왕야 댁에는 검안군왕 말고 왕야의 남동생과 여동생 한 쌍이 있습지요.”

 

 손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하려다 멈칫했다.

 “천황의 후손이 어찌 이, 이…….”

 

 “우리 이 불모지로 오셨는지 말이지요?”

 주인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선황 때부터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남쪽 변방의 하늘은 높고 황제와는 머니 민풍이 개방적이어서 일찍이 조정의 정치를 입에 담는 것을 꺼려하지 않았고, 이른 아침이라 주점에 다른 손님도 없으니 주인은 아예 자리에 앉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선황께서는 모두 여섯 명의 황자가 계셨는데, 말년에 마음을 쓰신 두 황자가 중 하나가 이황자, 하나가 육황자였습지요.”

 

 “이황자는 나이가 있어 진중하고, 육황자는 젊고 영민했습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선황은 말년에 막내를 좀 더 편애했다고 하는데, 육황자는 너무 어려서 선황이 승하하신 그 해에 겨우 열다섯이 되었다고 하니, 아마 나라를 맡길 장군(长君[각주:2])을 생각하셔서 임종 무렵 이황자에게 황위를 물려준 것이 지금의 황상입니다.”

 

 “선황께서 승하하신 후에 육황자의 모비인 종()귀비는 상심이 지나쳐 선황을 따라갔고, 그 함께 입궁한 육황자의 이모 소종비도 뒤따라갔지요.”

 

 “육황자의 외가가 계속해서 일을 저지르고 이 일들이 터져나오니 육황자의 처지가 꼬꾸라지고…….”

 

 손님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난처하겠군요.”

 

 주인과 손님은 서로 마주보며 웃고는  할 수 없는 말을 덮어두고서 계속했다.

 “하지만 금상은 육황자를 잘 대하지 않았습니까. 즉위한 다음해에 약관이 되지 못한 육황자를 영친왕(宁亲王)에 봉하고 갖가지 후대를…….”

 

 손님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리고 탁자를 쳤다.

 “영친왕! 바로 그 일찍이 포로가 되었던…….”

 

 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이지요. 태화(太和) 15년에 북적이 침범해왔으니 손님께서 알지 모를지 모르겠지만, 내가 본 황제가 정한 철칙은[각주:3], 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반드시 황자를 종군 출정시켜 군대의 사기를 진작시키게 하는데, 그해 지금의 황자들은 병약하고 어렸으니[각주:4] 곧……영왕을 보내게 되었지요.”

 

 손님은 머뭇거렸다.

 “그런…….”

 

 “하하하, 친동생도 친아들과 어슷비슷 하지요.”

 주인은 유유히 말했다.

 “전쟁이 어떠했는지 우리 백성들은 모르지만, 단지 듣기로는 영왕이 공을 탐내서 무모하게 일을 진행했는데 버티지 못하고 포로가 되어 반년 후에 북부 변경에서 훙서했다 하고, 전선에서는 또 영왕이 사실 투항했다는데, 뭐가 어떻게 된 건지……누가 제대로 알겠습니까.”

 

 “영왕비는 그 쌍둥이 남매를 낳을 때 갔고, 열 살 된 장남과 두 살배기 쌍둥이가 남겨지니 세 주인은 하루 종일 벌벌 떨 수밖에요. 만약 영왕이 정말 적에게 투항했다면 그 아이들은…….”

 

 손님은 “같이 연루되겠지요?”하며 따라서 가슴을 졸였다.

 

 “지금의 황상은 인자하여 그런 떠도는 말을 누르고 영왕의 어린 세 아이들에게 화풀이하지 않았지요.”

주인은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뿐만 아니라 관례를 깨고 막 열 살을 채운 영왕세자에게 같은 등급의 작위를 따르도록 했으니 후하게 대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인은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지금 이 검안왕부에 사는 왕야는 바로 그 해의 영왕세자, 그리고 세자의 쌍둥이 남매입니다.”

 

 손님은 또 알지 못해 주저했다.

 “방금 말하기로는 영왕세자가 같은 등급으로 작위를 이어받았다 했는데, 그렇다면 영친왕이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습니까. 겉으로도 이는 분명 군왕부인데…….”

 

 “하하하하, 그것은 왕야께서 우리 쪽에 오신 지 얼마 되지 않아, 황상께 아뢰어 자신이 덕과 재능이 없어 성상의 은총을 감당할 수 없으니 스스로 군왕으로 낮추어 달라 청했지요.”

 

 “군왕이 우리 검안을 봉지로 삼으니 자연스레 검안왕이 되었고, 그 후 지금까지 7년이나 되었는데 검안왕은 우리 여기에서 평안했습니다.”

 

 손님은 잠시간 곰곰이 생각하다 이해하고는 탄식했다.

 “검안왕은 나이는 어리지만 총명하고 일을 꿰뚫고 있으며 나아가고 물러섬을 아는 군요…….”

 

 주인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그 말은 오히려 틀렸습니다.”

 

 손님이 의아해하자 주인은 천천히 말했다.

 “검안왕은 당연히 타고나기를 총명했지만 그는 당시에 아주 어렸는데 어떻게 이런 것들을 알았겠습니까.”

 

 “그렇네요.”

 손님이 시간을 따져보았다.

 “검안왕은 당시에 열한 살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주인이 말했다.

 “왕야와 그의 쌍둥이 남매를 지켜주는 것은 사실 그들 집안의 다른 한 명이지요…….”

 

 손님이 재빨리 그가 누구인지 추궁하자, 주인은 은밀한 미소를 지었다.

 “이 사람은 내가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손님은 반드시 들어보셨을 테니까요.”

 

 손님은 웃음 지었다.

 “저는 이곳에 막 도착했는데 어디에서 알 수 있겠습니까…….”

 

 “종완(钟宛).”

 주인이 웃으며 말했다.

 “들어보셨지요?”

 

 손님은 서서히 눈을 부릅뜨고는 탁자를 치며 흥분하여 말했다.

 “황성을 뒤덮은 명성! 강남까지 널리 자자한! 여러 해 동안 욱 소왕야로 하여금 얻지 못해 미친 듯이 그리워하게 했다던 그 종완 말입니까? 천하에 그를 모르는 이가 있겠습니까!”

 

 


 

  1. 万寿节; 황제의 생일 [본문으로]
  2. [문어]나이 많은 군주 [본문으로]
  3. 원문 我朝□□皇帝定的铁律;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본문으로]
  4. 원문 病的病小的小;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2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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