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완이 재채기를 했다.
“가을에 들어섰으니, 종 도련님 감기에 걸리신 거 아닙니까?”
안채에서 이곳의 지현(知县)이 성심성의껏 예의를 다하며 말했다. 1
“종 도련님이 매일 관부 안팎을 위해 수고하시니 본인의 건강에 유의하셔야지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은 오곡잡량을 먹으니 어찌 병이 생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종 도련님이 처음 검안에 오셨을 때 풍토가 맞지 않아 1년은 족히 앓은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제 추분이 지나가고 한로가 오니…….”
지현의 문장이 장황하게 보양의 길을 논하기 시작하자 종완은 저절로 넋을 놓았지만 얼굴은 여전히 온화하기 그지없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꼬박 반주향이 지나고 난 후에야, 종완은 비로소 지현 나리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차렸다.
“소관은 오랫동안 외지에서 근무하여 상경할 수 없었지만, 욱 소왕야의 갖가지 풍모를 듣고 심중으로 흠모하여 상경할 수 있는 날이 있으면 한번 찾아뵈어 기회를 헛되이 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현은 조심스레 웃음 지으며 계속해서 말했다.
“듣기로는, 지주(知州) 대인이 당년 종 도련님의 신물(信物)을 가지고 욱 소왕야를 찾아뵙게 되었다던데…….” 2
종완은 다시 넋을 놓았다.
막 남방으로 왔을 시기, 왕부에서의 생활은 매우 괴로웠다.
식견이 있는 사람은 모두 황상이 영왕의 세 아이에게 이 척박한 땅에서 자생 자멸하도록 한 것을 알았다. 봉지의 관원이 알현하러 찾아뵙지 않는 것은 양반이고, 더 악랄한 꿍꿍이를 가진 것들은 위험천만한 수단을 마구 꾀하여 그들 남매 셋이 횡사하기를 바라는 경중(京中)의 사람에게 비위를 맞추려 하였다. 종완은 당시에도 열 몇 살에 불과했는데, 이 휘청거리는 왕부를 비호하려는 것은 실로 어려웠다.
종완은 영왕에게 큰 은혜를 입어 어쩔 수 없이 옛 주인의 유고를 지켜낼 방법을 강구하였다. 그는 먼저 어린 주인 선서(宣瑞)를 대신하여 봉후 영왕의 작호를 돌려보내는 것으로 황상의 계심을 조금 가라앉혔지만, 잠시 명을 부지했을 뿐이었다. 남쪽 변방은 본래 척박하니 여기에 발을 붙이지 못하면 식읍도 거두어들이지 못할까 염려가 되었다. 종완은 왕부의 사람을 굶어 죽게 할 수 없으니 체면을 차릴 수 없었다.
종완은 당년 선서의 반독(伴读)으로 임명받아 뭇 왕족들과 함께 태부에게 가르침을 받았고, 갖다 붙이자면 욱사 욱 소왕야와 동문의 교분이 있는 셈이었다. 그가 근거 없이 제멋대로 날조한 것은, 먼저 자신과 욱 소왕야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났다는 말이었다. 뒤이어서는 욱사가 자신에게 자못 ‘정의(情谊) 3’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 후 종완은 낯짝이 더욱더 두꺼워져 아예 욱사가 자신에 대한 정이 깊어 다년간 원해도 얻을 수 없다 하더라도 여전히 무엇이 필요하든 자신에게서 취하고 자신에게서 구해간다는 것이었다. 4
욱사는 당시 나이가 많지 않아 실권이 없었지만 그의 아버지는 조정의 유일한 이성왕(异姓王)이었고, 어머니는 금상의 친동기간의 여동생 안국 장공주이니 신분이 혁혁하여 이렇게 그를 추켜올리면 남들은 자연히 3할은 두려워했다. 5
종완은 당년 영왕의 일에 연루되어 노적에 들었고, 욱 소왕야에게 사들여져 욱왕부 별원에서 반년을 머물렀다. 이런 일들을 엮는 것은 증명할 증인과 물증이 있어야 해서 잠시 남쪽 변방 시골뜨기들에게 겁을 주었다. 6
남쪽 변방, 남방에서 자리를 잡은 후, 종완은 다시 선서를 대신하여 군왕으로 낮추어 달라 자청했고, 반년 후 황성에서의 연 상여(年赏)가 뒤늦게 어슬렁어슬렁 보내져 왔다. 그날은 2월 초엿샛날로, 바로 종완의 17세 생일이었다.
종완은 평안한 생일을 보내고 나서야 잠시 한숨을 돌렸고, 다시 근심을 품기 시작했다. 이 연 상여를 보내온 관원들이 귀경한 후 그 김에 자신과 욱사의 ‘염정(艳情)’에 대한 것을 가지고 돌아가지는 않을까. 7
당년 영왕은 추락한 욱왕부를 세우려 힘을 썼으나 그 후에도 남이 어려움을 틈타 해를 가하는 이가 적지 않아 지금도 항상 선서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욱왕부를 잡아 먹으려 했다. 종완은 양심상 아주 잘 지냈지만, 욱사가 자신이 제멋대로 날조한 그 이야기를 듣고 분통을 터뜨리며 그의 황제 외숙을 찾아가 당장 검안왕부를 밀어버리라는 황명을 청할까 두려웠다.
그러나 한 해 두 해가 지나고, 경중의 소문은 쉴 새 없는데 욱사 쪽에서는 줄곧 어떤 동태도 없었다.
그 사이에는 꽤 대담한 지주가 있었는데, 업무를 보고하러 상경할 때 종완에게서 받은, 욱 소왕야가 예전에 쓰던 부채라는 것을 가지고 욱왕부의 대문을 두드리러 갔다.
지주가 수도에 들어설 때, 종완은 이미 뒷수습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몇 개월 후 지주가 만면에 붉은 윤기를 띠고 돌아올 줄은 결코 예상치 못했다.
지주는 적지 않은 예를 갖추어 종완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고, 종완은 적잖이 놀라서 주저하며 한마디 물었다.
“자유……그는 잘 있습니까?”
욱사, 자(字)는 자유(子宥)이다.
지주는 몹시 격앙되어 욱사는 천상에 있고 땅 아래 없을 이라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종완은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대인께서 주청 드린다는 일은…….”
지주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당연히 윤허하셨지요! 그 증표를 가지고 있었고, 게다가……크흠, 두 분의 옛정이 있으니, 당연히 일이 잘되었지요.”
약관이 채 되기도 전에 이미 닳고 닳아 약삭빠른 종완은 그날 추태를 부리지 않으려고 가까스로 버티며 할 수 있는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지주를 배웅했다.
…….
“하관은 본래 생각도 못했는데 왕야께서는 한번 가시면 적어도 반년은 걸린다 하니 하관은 참으로 그리워 그제야 생각했습니다. 혹시…….”
종완은 정신을 차리고 끊임없이 재잘대고 있는 지현에게 예의 있는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이는 물건을 달라고 온 것임을 깨달았다.
종완은 허리춤의 옥패를 만지작거렸다. 이것은 욱사에게서 나온 마지막과 같은 물건이었다. 종완은 이것을 가지고 있을 생각이었지만, 당년 초 남방에 왔을 때 이 지현은 선서에게 정중한 편이었고, 종완은 후의를 입었다.
종완은 평소 남에게 빚지는 것을 가장 싫어하여, 그는 허리춤의 옥패를 꺼내들고 웃으며 말했다.
“이것은 욱 소왕야께서 당시 늘 패용하시던 것으로, 한번 보면 바로 아실겁니다…….”
지현은 기대 이상의 성과에 대단히 기뻐하며 서둘러 두 손으로 받쳐 들고 기쁨이 넘쳐흐르는 기색으로 물러갔다.
종완은 일어나 지현의 뒤를 따라 사람을 보냈다.
“움직임을 서둘러.”
오늘 길을 떠나려고 하니 검안왕부는 사방이 어수선하고 종복들이 바쁘게 짐을 나르고 들락날락했다. 왕부의 노집사는 그 지현을 멀거니 한번 쳐다보고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마당에 서서 머리 위의 해를 살피곤, 하인들의 동작이 너무 굼뜬 것 같아 끊임없이 다그쳤다.
“모두 서둘러! 먼저 아가씨의 마차에 덮개를 씌우고, 후원에 가서 미리 준비해 두어라!”
집사가 앞뒤로 손짓하다 고개를 돌려 종완이 오는 것을 보고 겨우 맞이했다.
노집사는 시원찮게 말했다.
“뭐가 필요해서 오셨습니까?”
“아무것도. 바래다 주러 온 것입니다. 왕야께서 견디지 못하고 나를 부르셨으니, 좀 넘어가주시지요.”
종완은 웃으며 자연스레 곁에 있던 하녀를 대신하여 그녀의 손에 있던 무거운 책 한 상자를 받아들어 서궤를 수레 위에 동이며 말했다.
“조급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안쪽도 다 정리가 되지 않았어요.”
하녀는 종완에게 복하고 얼굴을 붉히며 안채로 작게 뛰어가는데 몰두했다.
종완은 용모가 준수하고 키가 늘씬한 외관을 가진데다 모처럼의 성정이 좋고 모난 곳이 없어 누구든 좋게 대했다. 스무 살이 넘었는데도 아직 장가를 들지 않아 저택의 하녀들이 적지 않게 그를 좋아했다.
노집사 엄평산이 미간을 굳히고 말했다.
“이건 도련님이 할 일이 아닙니다. 들어가서 기다리시지요.”
종완은 서궤를 잘 묶고는 탁탁 치며 말했다.
“기다리는 건 지루해서요.”
엄평산은 잠시 침묵하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요 몇 년간 매년 만수절에 황상께서는 우리 왕야를 끄집어내지 않으셨는데, 어째서 올해는 갑자기…….”
종완은 대수롭지 않은 듯 웃었다.
“괜찮아요.”
엄평산은 걱정되는 마음에 말했다.
“어젯밤, 왕야의 방에 등불이 줄곧 꺼지지 않았습니다. 지난달에야 막 열일곱이 되셨는데 이리 어린 나이에…….”
“황상이 왕야를 입경시키셨는데 안 가도 좋습니까?”
종완은 시동 하나가 멀리 가기를 기다린 후, 조용히 말했다.
“황상은 마음을 놓지 않으셨습니다. 이 몇 명 아이들을 보고 싶으시다면 보면 그만입니다. 보고, 안심하시면, 자연히 우리가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우리는 그대로 조용히 있으면 되는 겁니다.”
엄평산이 다시 한 번 말하려 하니 종완이 목소리가 더욱 작아졌다.
“선서가 군왕의 이름을 머리에 이고 곧 성년이 되면 황상이 그를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습니까?”
엄평산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유 도련님과 아가씨는 또 어쩝니까? 이리 어리신데…….”
유 도련님은 선유를 말하는 것이다. 아가씨는 선종심을 말하는 것으로, 영왕의 그 쌍둥이 남매이다.
종완이 미소 지었다.
“그 두 사람이 아직 어리다는 걸 알지 않습니까. 걱정 마세요. 황상이 아이 둘을 괴롭히겠습니까? 다시 말하지만, 내가 있잖아요.”
엄평산은 말을 하려다 멈추고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종완이 있으니, 정말 무엇도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사시(巳时), 저택 안의 이들이 마침내 짐 정리를 끝내자 검안왕 선서가 자신의 남동생 선유를 데리고 나왔다.
선유는 열 살밖에 되지 않아 인사(人事)를 몰랐고, 집 밖으로 나선다는 말을 듣고 꽤나 신나서 이리저리 살피며 재촉했다. 선서는 쓴웃음을 지으며 직접 동생을 안아 마차에 올렸다.
“왕야.”
종완은 마차 옆에 서서 선서가 마차에 오르는 것을 부축하며 작게 말했다.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세요.”
선서의 미간은 온통 근심으로 가득했는데, 고개를 돌려 종완을 한번 보고는 조금 마음을 느슨히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마차에 올랐다.
종완은 말에 올라 말머리를 돌리고 선종심을 보러 가서 괜찮은지를 확실히 하고 길게 호각소리를 냈다. 기다란 행렬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안왕부는 그 동안 줄곧 겉치레를 하지 않아, 좌로 징을 치는 사람도 우로 갈도(喝道)하는 사람도 없었다. 일행은 조용히 길을 나섰고 거리에 나부끼는 흙먼지조차 다른 사람보다 몇 점 적었다.
두 달 후, 이들은 북경 교외에 도착했다.
한나절만 더 있으면 성내로 들어갈 수 있어 검안왕부 사람들은 잠시 휴식하며 정비했다. 종완은 꼬박 두 달을 흔들거려 온몸이 아파서 마차 안에 기대어 잠깐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체가 내려앉자 종완은 눈을 뜨고 얼마간 피곤한 기색을 띠었다.
“엄숙부? 어찌된 일이에요…….”
종완이 일어나 앉아 마차의 차양을 걷기도 전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종완은 대단히 기뻐했다.
“임사(林思)!”
임사는 몸놀림이 매우 좋아서 조용히 마차에 올라 다른 이들을 놀라게 하지 않았다. 그가 마차 안에서 종완에게 무릎을 굻으니 종완은 그를 붙잡아 일으켰다.
“물건은 잘 준비했어?”
임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품안에서 통행증 한 장을 꺼냈다.
종완은 이에 웃음을 지었다.
“내 인신매매 증서는 아직 자……욱왕부에 있어서, 조금 있다 성으로 들어가면 단속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나는 노적에 적혀있잖아. 곤란하게 될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어도 이것만 있으면 훨씬 좋아.”
임사는 벙어리라 말을 할 수 없어서, 말을 듣고 살짝 웃으며 손동작을 하여 종완을 안심시켰다.
임사는 종완의 어린 시절 종씨 집안의 반독으로 영왕의 일 이후 종완과 함께 욱왕부에 팔려 들어갔다. 이후 종완은 영왕의 어린 아들들을 따라 남방으로 갔고, 임사는 경중에 남아 암암리에 종완을 대신하여 경중의 일을 관리했다.
수화로 손짓하는 것은 너무 느려서, 임사는 종이와 붓을 꺼내 종완에게 설명할 일을 하나하나 써 내렸다. 종완은 손난로를 열어 불을 붙이고 한편으로 종이를 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전부 태웠다.
마차는 흔들거리고 마차 안은 조용하기 그지없어 마차가 삐걱거리는 소리와 이따금씩 타는 종이가 탁탁거리는 소리만 두어 번 들릴 뿐이었다. 한 시진 후 종완은 조용해 한숨을 토해냈다.
“내가 생각한 것과 큰 차이가 없네.”
임사는 수화로 말했다.
[모든 계획이 들어맞으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종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가만히 있다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럼 누가…….”
임사는 조용히 종완을 바라보며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종완은 자조 섞인 미소를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욱 소왕야인가.”
임사는 종완을 보며 종완이 말을 잇기를 기다렸다.
종완은 임사가 말을 할 수 없고 남의 눈치를 보지도 않으니 속으로 이는 옳지 않다고 여기며 여하튼 채찍을 꺼내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으니 자진해서 묻는 수 밖에 없었다.
“욱 소왕야는……어때?”
임사는 말을 아꼈다.
[괜찮습니다.]
두 사람은 비교적 말이 없어 또 차 반잔을 마실 시간 동안 조용했다.
운이 트이면 생각도 영민해진다고, 임사는 돌연 깨닫고 수화를 했다.
[주인은 그가 어떠한지 알고 싶으십니까?]
종완은 편치 못해 말했다.
“그는 어쨌든……내 표면상으로 정을 통한 사람이고, 이제 곧 입경할 테니 그에게 한두 마디 관심을 가져도 문제없잖아?”
임사는 생각하고는, 재차 종이와 붓을 들고 쓰기 시작했다.
종완은 느긋하게 바라보았다.
“그는 나보다 한 살 어려.”
종완은 종이 한쪽을 손난로에 넣으며 조용히 말했다.
“올해 스물 하고도 셋이 되었는데, 어째서……아직 아내를 맞지 않은 거지?”
“설마……나와의 그 ‘염정’ 때문에?”
임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임사는 다시 붓을 들었다.
[3년 전 욱 소왕야가 약관이 되자 황상과 안국 장공주께서 소왕야를 위해 적지 않은 명문 규수를 물색하셨으나, 소왕야께서 모조리 거절하며 싫다 하셨습니다.]
임사가 수많은 규수를 줄줄이 써놓으니 종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들 전부 싫다고? 그럼 어떤 이를 원한다는 거야?”
임사는 계속해서 써 내려갔다.
[욱 소왕야가 말하기를, 혜양 공주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혜양 공주는, 금상의 넷째 공주였다.
종완은 사레가 들렸다.
“혜양은 겨우 아홉 살인데……미친 거야?”
임사는 고개를 저었다.
[미치지 않았습니다. 멀쩡합니다.]
종완은 실소를 터뜨렸다.
“황상이 그렇게 그를 총애하니, 정말 승낙한 거 아니야?”
임사는 글씨를 써서 말했다.
[아니요, 황상은 격노하셔서 하마터면 소왕야에게 손을 쓸 뻔했습니다.]
종완은 마음이 흔들려 낮은 소리로 말했다.
“내가 어렸을 때 선서를 따라 궁에서 공부하면서 은밀한 소문 하나를 들은 적이 있는데…….”
임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에게 줄곧 전해 내려오기를 욱 소왕야가 사실은…….]
“쉬이…….”
종완이 고개를 저었다.
임사는 잠깐 멈추었다가, 계속해서 글을 썼다.
[황상이 크게 노하여 소왕야의 세자 위를 빼앗을 뻔했는데 공주가 며칠 밤을 궁에 들어가 말렸고, 결국…….]
[소왕야가 그렇게 총애를 받던 것이 자연히 흐지부지 되고, 황상께서는 욱 소왕야를 두 달을 냉대하다 그 후로는 총애가 평소와 같았습니다. 그의 혼사는 이렇게 지체되어 때를 놓쳤습니다.]
종완은 웃음 지었다.
“황상께서는 자신의 황자 몇 명에게도 아마 이렇게 좋은 성미를 내지는 못하실 거야.”
종완은 또 눈썹을 찡그렸다.
“욱 소왕야의 성격은 그리 좋지 않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나? 그는 이 혼사가 성사될 수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황제를 화나게 할 필요가 있어?”
임사는 고개를 저었다.
종완은 이해하지 못했다.
“고개를 젓는 건 무슨 의미야?”
임사는 더 이상 글씨를 쓰지 않고, 고개를 들어 진지하게 종완을 바라보며 수화로 말했다.
[자세한 사정은 제가 말할 수 없지만, 최근 몇 년간 욱 소왕야의 성정이 크게 변하셨습니다.]
[만약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그를 만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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