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가 소란스럽게 한다는 것인가?
성년의 욱사는 종완에 비해 두세 치는 더 컸고 힘도 보통이 아니라, 종완은 절대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종완은 일부러 욱사의 속을 뒤집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1
“난 당연히 소란을 피울거야……난 오늘 입궁한 사람들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는걸……욱 소왕야, 아마 잊은 모양인데, 내가 요 몇 년 동안 무엇에 의지해 살아남았지?”
그는 눈을 아래로 드리워 눈 속의 희비를 구별할 수 없었다.
“당연히 알고 있어.”
종완은 있는 힘을 다해 목소리를 낮추었다.
“밖에 그렇게 많은 내시들이 있는데, 정말 소란을 피우면 네가 새어나가지 않을 것 같아?! 다른 사람에게 네가…….”
종완은 엉겁결에 입을 아무렇게나 놀렸다.
“넌 평생 욱왕비를 얻지 못할 거야!”
욱사는 넋을 잃었다가, 도리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아주 좋지.”
종완은 말문이 막혔다.
“너…….”
욱사는 종완의 손목을 단단히 쥐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매매 증서가 필요한 건, 정말로 깨끗하게 정리하고 경중으로 돌아오지 않을 생각인 거야?”
종완은 그야말로 숭안제 그 늙은이를 몽둥이로 쳐서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도움이 되는 거라고는 없고 반대로 욱사를 자극하다니. 종완은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내가 필요하다고 한 게 아니라……내가 필요하다 해도, 줄거야?!”
욱사는 생각하고는 손의 힘을 조금 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머리가 좋긴 하네.”
종안은 욱사가 어떻게 숭안제의 분부를 거절할 수 있으리라고 상상하지 못해 힘없이 말했다.
“너……주지 않겠다고 직접 말했어?”
욱사는 응 하고 대답했다.
종완은 실소했다.
“내 행동이 너무 엇나간다고 생각했지, 안 그래?”
욱사는 얼굴을 살짝 기울여 종완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사실 난 더 엇나갈수 있어……종완, 넌 내가 욱왕비를 얻지 못할까 걱정했잖아. 그렇지?”
욱사는 몸을 약간 숙여 종완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말했다.
“말하자면, 나의 혼사에, 네가 돕고 말고 할 수 있다는 거야? 그렇게 해줄까?”
종완의 손가락이 작게 떨렸다.
종완은 속으로 마음을 가라앉히는 주문을 두 번 읊은 뒤 눈을 감고는, 자신이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도록 그의 뒤에 있는 욱사를 애써 외면했다.
욱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 도와줘?”
종완은 심호흡을 하고는 이를 악물었다.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싶은 거야?”
욱사는 입에서 나오는대로 아무렇게나 말했다.
“네가 선종심을 내게 시집보내는 건 어때? 그녀는 네 말을 아주 잘 들을거야, 그렇지?”
“네가 감히!”
종완은 마음속의 약간의 온화함마저 삽시간에 사라져 격노했다.
“욱사 네가…….”
종완은 다시 발버둥쳤고 욱사는 종완의 손목을 옭아매며 웃었다.
“왜 화를 내고 그래? 그녀는 가까스로 왕족으로 쳐줄 수 있는 정도이긴 하지만 검안왕부는 이미 기울었으니, 이 혼사로 말하자면……그녀가 나를 반겨야지?”
“그래…….”
종완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종심은 어린데다 자질도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교육도 받지 못했지요. 장래에……욱왕부의 가세를 견디지 못할까 두려우니, 왕야께서……부디 거두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욱사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는 너와 매일같이 함께 자랐으니……그녀에게 장가를 들고 싶은 건가?”
종완은 분노가 극에 달했다.
“그녀가 이제 몇 살인데!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욱사는 다시 물었다.
“정말로 장가들고 싶지 않아?”
종완은 완전히 힘이 빠져 서궤에 기대어 잠시 숨을 돌리고는 말했다.
“왕야……내가 지금 어떤 신분이고 그녀가 어떤 신분인데 그녀에게 장가를 듭니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나요?”
욱사는 말이 없었다.
당년 아무 일이 없었더라면 영왕이 종완을 그토록 아꼈으니 정말 그에게 딸을 시집보냈을지도 모른다.
종완은 욱사가 아무 소리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이를 갈며 계속했다.
“욱 소왕야……나는 쌍둥이를 잘 키워서 선유가 가정을 이루고 종심이 나이가 차서 곧고 깨끗한 가문에 시집 갈 수 있도록 하는 것 말고는 다른 생각 해본 적 없어. 그녀도 귀한 혈통을 가진 이인데, 그녀를 가지고 놀지마……나같은 사람과 얽히는게, 좋겠어?”
욱사는 잠시 가만히 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종완은 한숨을 내쉬며 몇 분 사이 냉정을 되찾았다. 그 후 자신이 이렇게 추태를 부린 것을 후회했다.
욱사 이 미친놈이…….
그가 어떻게 종심에게 장가를 들수 있겠는가?
이 혼담이 여러 가지에 있어서 집안이 맞지 않음을 따지지 않아도 그는 혜양 공주를 아내로 맞겠다고 청했다가 숭안제의 화에 금족을 당했다. 종심도……선씨이기는 하다.
종완은 자신이 욱사에게 놀아났다는 것을 깨닫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걸 핑계로 뭘 말하고 싶은 건데?”
욱사는 심사를 꿰뚫렸으나 도리어 웃음 지었다.
“내가 뭘 말하고 싶어서 이러는지 알지 않나?”
종완은 속으로 나는 여태껏 너한테 매매 증서를 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읊조렸다.
욱사는 고개를 기울이고 종완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제서야 급하게 울려고?”
“울다니?”
종완은 멍해졌다.
“마지막으로 운 게 양친이 돌아가셨을 때인데……난 그렇게 쉽게 울지 않아.”
욱사가 회상해보니……자신은 확실히 그가 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선종심에게 용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종완은 긴장을 풀었고, 욱사와 맞서지도 않았다. 그는 앓고 난지 얼마 되지 않아 체력이 약해져 한 시름을 놓으니 입으로 하는 말이 뇌를 거치지 않고 나왔다.
“손목이 너무 아파…….”
욱사는 멍해졌다.
종완은 조용히 몸서리치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붉어지도록 잡은 거 아니야?”
욱사는 눈을 아래로 드리우고는 종완의 소매를 조금 걷어올렸다. 아니나 다를까……종완의 손목에는 꽉 쥐어져서 남은 몇 개의 손가락 자욱이 있었다.
욱사는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너 잘못 말했어.”
종완이 눈썹을 찡그렸다.
“뭐?”
욱사는 되풀이 했다.
“너 잘못 말했어.”
종완은 자신이 또 열이 나서 정신이 혼미한 게 아닌가 의심했다. 그가 뭘 잘못 말했단 말인가?
“원래 이렇게 말했어야지.”
욱사는 종완을 놓아주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자, 손목이 너무 아픕니다. 부드럽게 해주세요.”
“?”
내가 미쳤나?
욱사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런 후에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너를 쥐고 있어. 너는 다시 말하지. 세자, 정말 아파요. 조금만 살살해주세요.”
“…….”
종완은 마침내 풀려났으나 오히려 두려웠다. 그는 두피가 저릿저릿한 채로 욱사를 쳐다보았다. 이건……도대체 자신이 미친 것인가, 아니면 욱사가 미친 것인가?
욱사는 걸터 앉아 표정 없는 얼굴로 말했다.
“나는 말해. 어리광부리지 마. 난 힘을 주지 않았어.”
“…….”
욱사가 말했다.
“너는 또 말하지. 당신이 힘이 센 걸 본인은 몰라요. 빨리 절 보세요. 입으로 불어주세요.”
종완은 솜털이 거꾸로 섰다. 욱사가……이건 무슨 불결한 물건에 씌인 건가?
욱사는 종완을 힐끗 쳐다보고는 소매 속에서 책 한 권을 꺼내 종완에게 안겨주었다.
종완은 확실치 않은 까닭에 책을 집어 들어 쳐다보았다——
“…….”
알고보니 미친 것이 아니라, 단지 화본을 외고 있었던 것이었다. 3
그러나 종완은 여전히 이 일에 큰 충격을 느꼈다.
경중에 이런 화본이 있다니?
북방의 민풍도 마침내 이정도로 개방된 걸까?
황상, 공주, 욱 왕야……누구를 막론하고…….
아무도 단속하는 이가 없단 말인가?
욱사가 왜 이걸 보냐고?
게다가 외우기까지 하다니?!!!
종완은 힘들게 물음을 던졌다.
“욱 소왕야……당신 매일 이런 단수 연애 책을 가지고 궁을 출입하는 것은……뭔가 잘못된 것 같지 않아?”
종완은 상대를 떠보며 말했다.
“역시……내게 보여주려고 특별히 가져온거지?”
“네게 주려고 준비한 게 아니야.”
욱사는 천연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내가 평소에 보는 거야.”
“…….”
욱사는 종완의 안색을 보고는 웃었다.
“너와 나에 관한 이름난 화본은 모두 봤어.”
종완은 심히 땅에 있는 구멍이라도 찾아 파고 들어가고 싶은 심정으로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며 물었다.
“너……무슨 의도로?”
“즐거움을 추구하는 의도인데.”
욱사는 빙긋 웃었다.
“몇 년 동안, 나는 사는 게 뜻대로 되지 않았어……유일하게 기쁜 일은 바로 너와 나의 화본을 보는 거고, 나는 재밌다고 생각해.”
종완은 과민 반응을 했다.
“무엇이 뜻대로 되지 않아?”
욱사는 잠시 가만히 있다 웃음 지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은 너와 관련 없어……이 말은 진짜야.”
종완은 재차 추궁하고 싶었으나 욱사는 그를 막았다.
“이 책은 그런대로 잘 썼는데, 애정에 관한 것이지만 천박하지 않아서 아주 좋아해.”
종완은 제목을 보고는 곧 수치스러워 죽을 것 같아 여태껏 안의 내용을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욱사도 그것을 보고 일부러 말했다.
“가지고 싶으면, 선물로 줄까?”
종완은 어색한 모습으로 말했다.
“소왕야께서 아끼는 물건인데 제가 어찌 감히.”
욱사는 위험하게 실눈을 떴다.
종완은 말을 잘못한 것을 재빨리 알아채고 억지로 말을 바꾸었다.
“하지만……정말 보고 싶기도 하니, 소왕야께서……양보해주실 수 있습니까?”
욱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범하게 말했다.
“네게 주마.”
종완은 한숨을 내쉬고는 책을 품에 넣었다. 출궁하면 태워버려야지.
“궁문을 나서자마자 잃어버리는 건 아니겠지?”
욱사는 종완의 심사를 한눈에 꿰뚫어보고 냉랭하게 말했다.
“내게 얼버무릴 생각이라면…….”
종완은 제발을 저리고 고개를 숙였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왕야께서 주신 것이니……반드시 밤낮으로 읽을 것입니다.”
“밤낮은 필요 없어.”
욱사는 스스로 차 한잔을 따라 한 모금을 마셨다.
“여기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읽어봐.”
“…….”
종완이 물었다.
“진심입니까?”
욱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다 읽으면 내가 너를 보내 줄지도 모르지.”
욱사의 협박은 매우 분명했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너를 궁안에 가둬두고 못가게 할 수도 있어.”
종완은 무너져내렸다. 책을 들어 들춰보니, 가슴이 서늘해졌다…….
이건 완전히 연애물이었다…….
욱사는 입꼬리가 점점 올라갔다.
종완은 말을 하려다 멈추었다.
“소왕야…….”
욱사는 담담히 말했다.
“읽지 않아도 돼. 오늘 임사를 잡으러 가야겠군.”
종완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7년을 임사는 경중에서 줄곧 잘 먹고 자며 멀쩡히 살았는데, 자신이 경중에 오고 난 후 불쌍한 벙어리는 하루하루 목숨이 위태로운 실 한 가닥이 되고 말았다.
종완은 이를 악물었다.
“읽겠습니다.”
욱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목소리는 너무 작게 내지 말고 감정을 담아서……시작해.”
스스로 불러온 화이니, 빠져나갈 수 없었다.
종완은 앉아서 첫 번째 장을 넘기자 두 눈이 깜깜해지기 시작했다.
종완은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입을 열었다.
“오늘날 이야기되기를, 어느 왕조 어느 시대에 종씨 성을 가진 공자 하나가 있었는데, 특히 다정하여…….”
…….
종완은 흐리멍덩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욱사의 출신에 관해서 자신이 생각이 너무 많은게 아닐까?
속사정에 사생은 무슨……일년 내내 이런 걸 읽으면 좋은 사람도 성정이 크게 변할 것이다…….
* 《초종경서방유회소세자 俏钟卿书房幽会小世子》
; '아리따운 종 경이 서재에서 소세자와 밀회하다' 라고 각주를 달았는데, '초俏'는 곱다, 아름답다, 맵시 있다, 재치있다, 슬기롭다 등등의 뜻이 있습니다. '경卿'은 벼슬, 고위 관료 등을 이르는 호칭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여 해석했습니다. (상대를 부르는 대명사로서 그대, 경이라고 칭하는 경우에도 같은 글자가 사용됩니다. 부부간의 애칭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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