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当年万里觅封侯 ∣ 진강판

제 5장

by li_in 2020. 6. 6.

 

 

 종완이 검안왕부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날은 희뿌옇게 밝아오고 있었다. 그가 돌아오지 않은 까닭에 저택의 대부분은 여전히 깨어있었고 마차가 길 어귀를 막 돌았을 무렵 누군가가 마중을 나왔다. 검안왕부의 하인은 욱왕부의 어가를 보고 어리둥절하여 서로를 마주 보았다.

 

 “괜, 괜찮아…….”

 종완은 차에서 내렸다. 그는 전신이 힘이 없어 가복 한명의 부축을 받으며 저택으로 가면서 낮은 목소리로 분부했다.

 “가서 왕야와……두 소주인께 나는 괜찮다고 고하거라.”

 

 옆에 있던 가복이 서둘러 대답하며 말을 전하러 뛰어 들어갔다. 종완은 의식이 흐려지고 자신이 눈을 감으면 먼저 깨어나지 못할까 봐 다시 정신력을 짜내어 말했다.

 “내가 깨기 전에는 저택의 문을 닫고 객을 물리라고 엄숙부께 가서 알리고, 그에게……벙어리를 불러올 방법을 강구하게 해라. 내가 물어볼 것이 있다.”

 

 가복은 알아듣지 못하고 나지막히 물었다.

 “벙어리가 누구입니까?”

 

 “엄숙부는 아신다…….”

 종완은 기침을 두 번 했다.

 “그가 온다면 반드시 나를 깨워야 한다.”

 

 가복은 어쩔 수 없이 대답했고, 종완은 마음이 놓이자 의식을 잃고 잠들었다.

 

 종완은 속에 많은 일들을 품고 있었고, 잠이 들어도 얼마간의 경각심을 가지고 있어 그의 마음은 어지러웠다. 꿈 하나를 꾸고 나면 다른 꿈이 이어지니 자는 것조차 매우 평안하지 못했다.

 

 잠시간은 숭안제가 베푼 연회에서 자신이 어쩔 수 없이 선영 그 근육밖에 없는 멍청이와 잔에 잔을 이어 술을 마셨다.

 

 종완은 당시에도 몹시 차분했는데, 언제 굽히고 펼 줄을 알지 못하니 반쯤 빤질거리는 법도 익히지 못해 선영에게 두어 마디 조소하며 빈정거리고는 정말로 그와 술을 마셨다. 삼혼칠백(三魂七魄)이 반쯤 날아간 후에도 선영 그 죽일 놈은 그에게 술을 먹이려 했고, 마지막에는……욱사가 담담히 선영에게 어전에서 추태를 부리면 안 된다고 한마디 한 것 같았다, 선영도 자신이 더 마시면 숭안제의 면전에서 망신을 당할까 분개하고 불평하며 손을 뗐다.

 

 잠깐 사이 또 꿈에는 북부 변경에서 영왕이 적에게 투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온 집안이 불안에 떠는 모습이 나타났다. 자신은 영왕을 모함하는 소식을 전했다며 하옥되었다.

 

 당시 회시가 막 지나고 그는 회원(会元)을 거머쥐었다. 이전 석달은 사 노태부에 의해 사씨 집안에 갇혀 회시를 준비하고 있었고 그는 매일 한편의 글을 쓰라고 다그쳐졌다. 해를 보낸 것도 사씨 저택에서였고 삼 개월 동안 밖을 나갈 수도 없었는데 어떻게 영왕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겠는가?

 

 종완은 이들이 자신이라는 이 ‘양자’의 입을 빌려 영왕이 적에게 투항했다는 증거를 입수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비록 나이는 어렸지만 공명이 있어 그들은 감히 고문하지는 못하고 날마다 그를 구워삶았다. 좋은 차도 밥도 없이 밤낮으로 계속된 취조와 협박은 족히 삼 개월이 넘게 이어졌다.

 

 위협도 있었다.

 “종 도련님, 계속 입을 열지 않으시면 저희는 종인부(宗人府)에 협동으로 안건을 심의해달라고 상서를 올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종인부가 나서는 때가 되면, 서 소세자에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꼬드기기도 했다.

 “당신이 만일 영왕에게 속은 것이라면 이야기 하십시오! 황상은 현명하시고 또 당신이 자라는 것을 봐오시면서 줄곧 당신을 존중하셨으니, 당신이 죄를 갚고자 하신다면 이전의 일은 따지지 않으실 것입니다. 종 도련님……당신은 문예에 대한 재능이 과거에 급제할 정도이고 지금은 황궁의 문에 이르기 직전입니다. 열흘만 더 있으면 전시인데, 지금 자백하기만 하면 아무것도 늦지 않습니다…….”

 

 종완은 한 달을 죽어라 버텼다. 사람이 여위어 용모가 전과 같지 않았고 말을 들으면 고개를 떨어뜨렸으며 목소리는 쉬어서 사람 소리같지 않았다.

 “선서는 영왕의 친자이고 왕야께서는 큰 재난을 당하셨으니 그는 반드시 연루되어 고생할 것인데, 나는 대신할 수가 없습니다. 마땅히 받아야 할 죄는 내가 짊어질 테니 선서도 그것만을 받게 해주십시오.”

 

 “당신들은 당연히 가서 황상의 명을 청할 수는 있는데, 나도 알고 싶군요……종인부는 열 살 난 아이도 심문할 수 있는 겁니까?”

 

 “전시는 열하루 후입니다. 제가 더 잘 알고 있는데 저를 전시에 보내주시겠다고요? 하……저는 이미 백신(白身)[각주:1]인데 당신이 저를 전시에 데려가 줄 수 있다니 능력이 대단하시군요…….”

 

 다시 한 달이 지난 후, 종완은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참고 견뎌낸 정신이 혼미하여, 그를 심문하는 사람들은 마지막 한 걸음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곧 한 사람을 보내 그의 감옥 입구를 지키며 그에게 반복해서 말하도록 했다.

 영왕은 어제 이미 자백했다. 영왕은 어제 이미 자백했다. 영왕은 어제 이미 자백했다.

 

 종완이 정신이 무너지는 순간 그들의 말대로 죄를 시인하기만을 기다렸다.

 

 종완은 자신이 미쳐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입을 일단 열게 된다면 영왕부는 위아래 할 것 없이 모두 살아남지 못할 것이었다.

 

 종완은 영왕이 적에게 투항했을 리 없다는 것을 잘 알았고, 그는 마음속에 한 가닥 희망을 품었다. 영왕은 아직 죽지 않았고, 지금 반드시 고통스럽게 버텨내고 있을 것이었다.

 

 영왕이 버텨낼 수 있다면 자신이 할 수 없겠는가?

 

 종완은 당시 괴롭힘당해 밥 한 입도 먹지 못했는데, 자신이 정신과 지혜를 잃을까 봐 스스로 뭔가 할 일을 찾아야 했고, 벽 쪽에 기대 내어 온 찐빵을 작은 조각으로 쪼개서 감옥 문을 사이에 두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에게 염을 외고 있는 사람의 얼굴에 던졌다.

 

 염을 외고 있는 사람은 놀란 나머지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한참을 맞고 나서야 욕을 퍼부었다. 부끄럽고 분해서 화를 내다 미처 피하지 못해 또 국물이 자작한 요리를 머리에 뒤집어 썼다.

 

 그를 심문하는 사람들은 그를 굶어 죽게 하지도 못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밥을 가지고 왔고, 종완은 곧 그것을 모아두었다가 누가 오면 던졌다.

 

 보름이 지나고 형부 상서가 직접 와서 물으니, 종완은 상서에게 이전에 그를 심문한 사람이 권력으로 부정을 저질러 과거 시험을 조정했다고 고발했다. 이틀 후, 그에게 전시를 보러 갈 수 있다고 한 이는 수금되었고 바로 종완의 옆방에 갇혔는데, 매일 종완에게 밥을 얻어맞고 국이 뿌려졌다.

 

 다시 한 달이 지나, 영왕은 북쪽 변방에서 서거했고, 종완은 감옥에서 피를 한 모금 뿌리고는 격일 노예로 폄적되었다.

 

 종완 같은 이가 노예로 폄적되니 어떤 이는 불만스러워하고, 어떤 이는 안타까워하며, 어떤 이는 탄식했다. 더 많은 이들은 구경거리로 여겼다.

 

 종완은 겨우 열 몇 살이었지만 용모가 준수한 것은 유명했다. 죄를 지은 신하와 하인을 매매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었지만 그에게 이르러서는 일말의 그렇고 그런 의미가 더해졌다.

 

 종완의 재능은 경성(京城)을 흔들 정도였으니 이런 사람을 사들일 수 있는 집안은 그를 발밑에 두고 실로 득의양양할 만했다.

 

 체면에 신경 쓰지 않는 세가자제들은 얼마든지 있었고 유별난 취향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아 종완의 안건을 끝냈다는 소식이 막 나왔는데 감옥에 쪽지를 건넨 사람은 문을 비집고 나가야 했다.

 

 종완은 그때 목숨이 반쯤 밖에 남지 않아 누군가가 그를 사서 집안의 극단을 늘릴 것이라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었다.

 

 종완은 쇠약하고 지쳐서 생각했다. 그래라, 내가 너에게 가면 어린 과부가 무덤에 오르는 노래를 불러주지.

 

 누군가가 그를 사서 강남의 유지에게 선물하겠다는 소리를 듣고 종완은 속으로 말했다. 이 정도면 괜찮지. 그는 북경에 나서고 싶지 않았다.

 

 또 듣기로는, 사황자 선영도 사람을 보냈는데 그의 모비(母妃)가 알게 되어 모비에게 한바탕 꾸짖음을 들었다고 했다.

 

 종완은 최근 몇 달 동안 인정의 후함과 박함을 신물이 나게 맛보았는데, 선영이 그를 사러 온다는 말을 듣고 드물게 입을 벌려 웃었다.

 

 선영은 그에게 별 흥미가 없었는데 모비에게 한 대 맞고도 그를 사겠다면 그것은 단지 그를 모욕하려는 것에 지날 리가 없었다.

 

 득보다 실이 많았다.

 

 선영도 그렇게까지 자신을 미워하지는 않는다.

 

 종완은 이 술친구가 백교[각주:2]가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 안심하고 기뻐서 정신을 차리고 선영에게 한 마디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 너의 재능은, 한평생 나를 뛰어넘지 못한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선영은 화가나서 거의 지붕에 오를 뻔했다고 한다.

 

 오는 사람이 끊이지 않아 결국 옥중과 거래를 하기 시작했다. 종완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자신을 찾는다는 것이 깊이 감탄했다.

 

 정말……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종완은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옥중의 노역은 그가 자진할까 봐 밤낮으로 그를 주시했다.

 

 종완은 냉소했다. 자신이 왜 죽는단 말인가?

 

 그는 여인도 아니었고, 설령 여인이라고 해도 지금 이때가 되었는데 명예와 절의를 돌이켜볼 수 있는가?

 

 그 세 아이는……아직 어떠한지 모르겠다.

 

 종완은 자신을 위해 근심할 겨를이 없었고 단지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다시 몇 날을 기다리고, 종완은 마침내 누군가에게 인도되었다.

 

 그를 산 사람은 세가의 대부호인 것 같았는데, 대단히 규율을 따르고 입이 무거워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마차가 흔들흔들한 지 꽤 오래되어 마침내 도착지에 다다랐다.

 

 종완은 마차에서 내려 고개를 들어 보고는, 하마터면 다시 피를 내뿜을 뻔했다.

 

 욱왕부.

 

 종완은 천 번 만 번 따져보아도 욱사가 자신을 원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이지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되고 자신의 좁은 식견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야 했다.(人不可貌相, 海水不可斗量)

 

 선영이 자신을 사려고 했을 때는 얻어 맞았지만 욱사는 안국 공주와 욱왕야 두 사람을 거스르고 순조로이 자신은 데려올 수 있으니, 재능이 출중한 사람은 어릴 때부터 뛰어난 것이기도 하다.

 

 …….

 

 종완은 꿈속에서 웃음을 지었고 눈썹을 찡그리며 몸을 뒤척이니 누군가가 그의 손을 잡고 있는 것 같았다.

 

 종완은 애써 눈을 뜨고는 한참을 뒤에야 임사가 온 것을 알아차렸다.

 

 임사는 얼굴에 다급한 기색이 가득하여 종완의 맥을 짚고 또 종완의 이마를 닦아 대자 종완은 가까스로 웃었다.

 “괜찮아……그냥 추위에 얼었어. 날 일으켜줘.”

 

 임사는 무릎을 반쯤 꿇고 종완을 일으켜 세웠다.

 

 종완도 자신이 얼마나 오래 잠들었는지 알지 못했으나 그는 이미 열이 내렸고 정신도 멀쩡했다.

 

 종완은 손가락을 들어 옆의 서안을 가리켰다.

 “가서……종이와 붓을 가져와. 내가 물어볼 게 있어.”

 

 임사가 종이와 붓을 가져오자 종완이 가져갔다. 애초에 그 자신이 쓰려고 했던 것이다.

 

 이 저택은 숭안제가 안배한 것이니 종완은 결코 안심하고 말을 할 수 없었다.

 

 종완은 빠르게 붓을 놀렸다.

 [당년 왕야의 마지막을 본 사람은 너였지. 왕야께서 마지막에 뭐라고 하셨는지 다시 한번 말해 봐. 한 글자도 틀리지 않게 써.]

 

 임사는 잠시 멈추었다가 종완의 붓을 받아 글씨를 썼다,

 [귀원에게 알려라.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자신을 보중하며 나를 위해 어리석게 굴지 말고, 나의 이 서너 명의 혈육을 그에게 잘 지켜달라고 부탁한다.]

 

 종완을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서너 명의 혈육?]

 

 임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종완은 계속해서 썼다.

 [왕비가 일찍 세상을 뜨고 왕야께서 아이가 세 명인 것은 명명백백한 사실인데, 왜 분명하게 세 명이라고 말하지 않고 서너 명이라고 말해야 했던 거지?]

 

 영왕이 죽기 전, 신변을 지키는 관계없는 이들이 적지 않았고 그가 미처 전하지 못한 어떤 말이 있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래서 이 말에 기대어 종완에게 무엇을 알리고 싶었던 것인가?

 

 임사는 눈살을 찌푸렸다.

 

 종완이 글을 썼다.

 [너도 의심했어?]

 

 임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종완이 글을 써서 말했다.

 [몇 년 전에, 네가 욱사의 손에 떨어지게 된 건 무엇 때문이야?]

 

 임사가 손짓했다.

 [출신.]

 

 종완은 역시나 라고 생각했다.

 

 임사가 손짓했다.

 [왕야의 임종 때의 말씀이 아니라, 사황자 전하가 욱 소왕야의 출신에 대한 의심이 꽤 크셔서 저를 보내 조사하게 한 것입니다. 당연히, 제가 조사하고 싶은 것이기도 했지요.]

 

 종완이 썼다.

 [결과는 어땠는데?]

 

 임사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종완은 침상께에 기대어 넋을 놓았다.

 

 임사는 수화를 했다.

 [주인께서는 욱 소왕야가 왕야의 자식인지 의심하십니까?]

 

 종완은 주저하며 읊조렸다.

 “단지 의심이야……하지만 기실 말이 되지 않지.”

 

 영왕의 ‘서너’에 의존하여 이 두 가지를 이어 붙이는 것은 너무 억지스럽다.

 

 게다사 욱사는 선황제가 붕어하시던 해에 태어났는데, 그 해 영왕은 막 열다섯이었다. 임신은 열 달이 필요하니 그만큼 거슬러 올라가면 영왕이 열네 살에…….

 

 종완은 실소했다. 그럴 리가.

 

 임사는 종완의 심사를 헤아려 대강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리고 정직하게 손짓했다.

 [열네 살도, 꼭 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종완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임사와 자신의 의부의 이런 일에 대해 토론하고 싶지 않아 생각하고는 썼다.

 [당시만 해도 왕야께서는 가장 총애받는 육황자로 선황제가 직접 가르쳐 키웠고 제위를 계승할 가능성이 컸으니 선제께서 그에게 혼사를 치르기 전에 영문 없는 아이를 두게 하셨을 리 없어. 게다가, 안국 공주와 욱왕야가 영왕의 아들을 대신 키운다고? 이렇게 정성 들여서?]

 

 임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짓했다.

 [불가능합니다. 황상께서는 선서마저도 꺼리는데 어찌 나이가 더 많은 욱 소왕야를 남겨 둘 수 있겠습니다.]

 

 종완은 한숨을 쉬었다. 영왕의 친자는 이 일과도 맞지 않으니 그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서너 명의 혈육’이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깊은 의미가 있는 것인가?

 

 임사는 ‘서너’ 두 글자에 대해 궁리하다, 재차 추측하며 손짓했다.

 [그 넷은 주인님 당신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종완은 실소를 터뜨리며 글을 썼다.

 [나는 욱사보다 한 살 더 많아! 왕야가 열셋에 동침을 했단 말이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우리 종씨 가문은 없어졌지만 나는 실로 내 양친에게서 태어났어.]

 

 임사는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그럼 도대체 누구란 말이야…….”

 

 임사가 제안했다.

 [주인이 알고 싶으시다면 제가 계속 조사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서둘러 남방으로 가지 않아도 됩니다.]

 

 “안 돼.”

 종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막 나에게 너를 언급했으니, 네가 다시 그의 손에 떨어지면 그는 절대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임사는 하는 수 없었다. 종완은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아니면……만수절 후에 우리 둘이 바꾸자. 너는 그들을 모시고 검안으로 돌아가고 나는 경중에 남을게.”

 

 임사는 얼굴을 찡그리고 손짓했다.

 [주인이 말하는 것이, 이번 이후로 더이상 우리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말은 아니시지요?]

 

 종완은 침묵했다. 만약 이 세 아이들이 괜찮다면 그도 영왕이 길러준 은혜에 면목이 서는 셈이었고, 앞으로는 그도…….

 

 임사는 종완이 다시 진창에 빠지기를 원치 않아 빠르게 손짓했다.

 [두 어린 주인이 막 열 살입니다.]

 

 종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도 그렇지.

 

 영왕이 죽은 뒤부터 이 목숨은 일찍이 자신의 것이 아니었는데 어디 자유롭게 다른 일을 생각하겠는가.

 

 


이것들이 애 잡아다놓고 굶겼나 싶었더니...먹을 걸로 장난치지 말자...

 

 

 

  1. 지체는 높으나 벼슬을 하지 못한 사람을 일컫는 말 [본문으로]
  2. 원문 白交;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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